매캐한 연기가 밀폐된 공간 안에 가득 들어찬다. 툭, 툭. 곱고 긴 손가락이 담배를 가볍게 털자, 담뱃재가 아래로 떨어진다. 자안을 담고 있는 날카로운 눈빛이 그것을 응시하다가 기울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앉아 있는 사내를 응시했다. 상대는 퍽이나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그 유명한 헤타이다. 책이라도 잡히면 무사히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거래 성사 여부에 따라 목숨이 걸려있었다. 무성히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헤타의 악명은 매우 높았다. 마피아 카블론의 핵심 멤버인 델타와 엡실론, 베인의 3인방을 두고 헤타라는 별칭이 따로 붙을 정도면 말 다 했지.
그것을 알고 있는데도 사내는 속으로 이를 빠득 갈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저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건방지게 나오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검은 와이셔츠에 흰색 넥타이만 깔끔하게 하고 정장 재킷은 어깨에 대충 걸친 채 다리를 꼬고서는 무표정하게 저를 살피듯 바라보는 행동이라니.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는 있었으나, 싸움 하나 해보지 않은 사람처럼 고운 피부와 깨끗한 손을 보고 있자니, 정말 흑발의 남자가 헤타의 카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자리에 앉아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쪽 요구를 안 들어주겠다는 거야?”
델타라 불리는 카시아 아리노엘의 입술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고, 눈 역시 부드럽게 휘어, 상당히 어여뻤다. 그것은 일종의 경고와도 같았다. 그의 미소는 달콤할수록 위험하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그것을 익히 알고 있는 사내는 당황하며 말을 바꾸었다. 배알이 꼴리기는 했으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었다.
“아, 아니! 들어드리겠습니다!”
“응, 근데 나 기분이 상했거든~. 없던 걸로 할까, 우리?”
엡실론. 조금 전의 밝던 목소리는 거짓인 것처럼 낮게 깔린 서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저를 부르는 호칭에 오베론 나하트는 재빨리 움직여 판을 뒤집어엎었다. 그를 경계하는 모든 적들을 섬멸하고, 빠르게 정리를 하는. 이 상황을 상대 측에서도 예상했는지, 반격의 낌새를 취하자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하나씩 적들의 머리를 관통시키고 있었다.
“분명 몇몇 멍청이들처럼 허여멀건하고 제일 약해 보인다고 생각해서 그런 태도를 취했겠지. 이번 기회에 잘 알아둬~.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걸.”
베인이라 불리는 몽블랑의 사격 실력은 누구보다 훌륭했다. 카시아가 머저리라 생각하는 이들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을 그라고 대비해두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표정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죽은 이들의 사체를 짓밟으며 방을 나섰다. 그러다 우뚝 걸음을 멈추고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아, 이제는 소용없나? 죽어버려서.”
*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임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언제나처럼 카시아는 익숙하게 요리를 해서 그들에게 주었고,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쳤다. 돌아온 이후의 그는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원래라면 성사될 수 있었던 거래, 하나 최근 그들의 동행이 수상하여 그 꼬리를 잡아당겼더니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래 타인을 잘 신뢰하지도 않는 편이었으나, 그 점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는 낮게 한숨을 쉬다가 시선을 굴려 몽블랑과 오베론을 바라보았다. 작게 미소 짓던 카시아는 따뜻한 차를 내어주면서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 차에 독을 탔어.”
찻잔을 들어 올린 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카시아는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망설임 없이 얘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독 같은 것은 타지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믿은 이들이었다. 불신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확신이 필요했다.
“나를 위해 마셔줄래?”
오베론은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망설임 없이 들이켰고, 몽블랑 역시 아무런 핀잔도 주지 않은 채 그것을 마셨다. 피로를 녹여줄 꽃 향이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졌을 테다. 오늘의 수고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실제 싸우는 일에는 거의 나서지 않는 입장이기에 늘 미안한 마음도 품고 있었으니 말이다. 카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뒤로 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차를 마셔준 그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랬기에 카시는 손을 뻗어 몽블랑과 오베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사실은 독 같은 건 안 탔어.”
“자신의 팔다리를 잘라낼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알고 있었어.”
“…….”
이미 알고 있었다는 몽블랑의 말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오베론도 무엇 하나 미워할 구석이 없었다. 카시아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다른 이들에게는 위험할지도 모를 가식적인 환한 미소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해서 짓는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는데 어떻게 너희를 버리겠어.”
카시아는 뒤에서 묵묵히 의자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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