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화가 안내한 가게는 이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간판 하나 없었으며, 아침인데도 건물 내부는 어두웠다.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인가, 오해를 살 정도였으나 막상 내부로 발을 들이면 제법 많은 이들이 북적거린다. 매캐한 연기가 코끝을 스쳤고, 그 어둠 속에서 새로 들어온 이들을 향한 시선이 집요하다. 하나, 그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는지 그들은 이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하나, 둘 시선을 돌렸다. 아니, 피했다고 하는 쪽이 맞던가. 드르륵. 문을 닫은 헤이화는 그 붉은 눈동자를 느리게 굴렸다. 흉흉히 빛나던 그 눈빛은 메이리엔을 향한 경계심을 품은 시선이 거둬지고서야 부드러운 기색으로 변하더라.


가게 내부는 제법 넓었다. 중국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장식품들과 테이블, 그리고 늘어진 술병들. 보아하니 술집인 것처럼 보였으나, 한 쪽 구석에는 마약으로 보이는 것들을 복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곳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헤이화는 이내 저를 맞이하러 나온 주인장에게 고개를 한 번 까딱일 뿐이다.


“어서 오십시오, 레비아탄 님. 연락도 없이 어쩐 일로.”


메이리엔과의 대화가 끊긴 탓인지, 잠시 눈썹을 꿈틀거리던 헤이화는 이내 손을 휘저으며 싱긋 웃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향한 곳은 셰 메이리엔, 그녀였다. 단박에 그녀를 알아보았던지, 주인장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 바닥에서 야화(夜花)와 설중매(雪中梅)를 모르는 이들이 간첩이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셰 메이리엔 님, 환영합니다. 두 분께 금방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지요.”


주인장은 이내 앞장을 서서 걸었고, 그것을 바라보던 헤이화는 그녀와 잡은 손을 들어 손등 위에 가벼이 입을 맞추더니 그녀를 부드러이 이끌며 앞장섰다. 카운터 옆에는 천막이 쳐진 작은 공간이 있었고, 그가 벽을 옆으로 밀자, 은밀한 공간이 드러났다. 좁은 복도에는 가는 길마다 주황빛이 어른거리는 등불이 일렁이고 있었다. 다시 벽이 닫히는 소리에 느리게 숨을 내쉬던 헤이화는 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제야 두 사람끼리 말할 시간이 생긴 터였다.


“여기는 좁으니 내가 앞장서서 걸을게요. 따라와요.”


처음 그녀를 만나고, 2년 만에 재회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야화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헤이화가 결국 수장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이 장소에 있었다. 여태 다른 수장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은밀히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 가게. 아는 이들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진 이름은 ‘이름 없는 가게’였다. 그래, 그녀의 정보도 이곳에서 모으지를 않았던가.


“갖고 싶은 건 가져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 난 당신의 진심을 원해요. 그러니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내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고 싶을 뿐이지.”


조용한 복도에 그와 그녀의 구두 굽 소리가 울렸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나무 복도는 제법 튼튼한 모양이었다. 그의 사랑은 진짜였다. 검은 표범의 부모는 제대로 된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었고, 그랬기에 후계를 위해 량 헤이화 하나를 낳은 것뿐. 그들은 그 이후로 몸을 섞지 않았다. 부부의 정이니, 그런 것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고, 자식을 향한 애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비란 작자는 아비대로 무수히 많은 여자들을 들여 밤을 즐겼고, 헤이화가 크고 나서는 곱상하게 생긴 외모 탓에 제 욕정을 푸는 것에 이용해먹기도 했다. 자주 그에게 폭력을 일삼던 것은 헤이화가 잘난 제 어미를 닮은 탓이렸다. 범의 어미는 똑똑하고 현명했으며, 어여뻤다. 그런 어미를 똑 닮은 자식이라니, 아비는 치를 떨며 제 자식을 미워했다. 어미는 제 잘난 두뇌를 이용해 다른 세력을 만들고 있었고, 그녀 역시 다른 어린 남자들을 제 방으로 들였다. 하여, 어릴 적부터 줄곧 그 광경을 지켜본 헤이화는 제대로 된 애정을 갈구했고, 그 형태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으며, 자신은 진짜 사랑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상대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찌 포기하겠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바닥에서는 진짜 사랑을 하는 것은 손해이며,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는 힘이 필요했다. 원래 제 세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으나, 2위까지 올라가야 했던 이유는 메이리엔 때문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제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제 약점이 되지 않기를. 설령 그것이 약점이라고 해도 난공불락의 요새에 있는 약점이어야 한다는 것을, 검은 범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난 조금 손해 보는 짓을 해도 좋아요. 그 손해라는 것은 내 감정이 더 크기에, 조금 가슴 앓이를 하는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문득 그의 걸음이 멈췄을 때, 그는 주먹을 그러쥐고 제 입가를 가리며 낮게 웃었다. 그 미성이 어찌나 좋게 들리던지. 복도의 끝에 있던 방문을 열며 그가 돌아보았다. 문이 열리며 그녀를 눈동자에 담던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필시 그녀에게 닿았을 테다.


“난 내 어미를 싫어하지만, 난 그녀를 닮았거든요. 현명하고 똑똑하고. 그랬기에 조금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었을 뿐. 하나, 세력을 위해 당신에게 접근한 게 아니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거라 믿어요, 메이.”


헤이화는 다시 앞을 보며 걸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에 비해는 조금 더 밝았고, 처음 들어온 장소보다 넓었다. 그곳에서는 각종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뒷세계에서 파는 물건부터 시작하여, 값비싼 장신구들, 술을 팔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시선을 돌리면 제법 크기가 되어 보이는 방을 비롯하여 작은 방들도 몇몇 있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나의 메이.”


헤이화는 그녀를 돌아보며 참으로 어여쁘게도 웃어 보였다.



Posted by 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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