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 얼른 와! 」



기억의 단편, 아일 블라체는 제게 소리치는 소녀를 알지 못한다. …누구야? 그렇게 불러보지만, 흰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환하게 웃는 소녀는 장난치지 말고 얼른 오라는 말만 반복한다. 햇살이 눈이 부신다. 소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프레이야? 입을 열자마자 아이는 인상을 구기며 환상처럼 사라진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놀이공원의 한복판이다. 길게 늘어진 노점상에서는 이런 장소여야만 볼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머리띠와 재미있는 장난감들이 즐비해있다. 프레이야는 그것들 중에서 무엇을 고르는지 고민을 하며 한참 그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일은 쓰게 웃었다. 그래, 잠시 보였던 기억 속의 보이지 않던 소녀는 프레이야가 아닌 레베카일 것이다. 조각난 그의 기억은 늘 레베카에 대한 것들만 떠올랐고, 그것마저 아주 일부에 불과하여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 일상들에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라 이상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이상했다면, 그 기억의 단편에서 그가 부른 이름은 레베카가 아니라 프레이야였다는 점. 처음 프레이야를 마주한 날 이래로 그는 종종 레베카와 프레이야를 착각했다. 그 말은 즉, 프레이야를 레베카라고 불렀다는 소리다. 그것이 이제 와서 바뀌었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고민을 마친 그녀는 작은 하트가 달린 머리띠를 그에게 씌워주었다. 스프링이 연결되어 있어 조금이라도 흔들릴 때마다 두 개의 하트가 대롱대롱 흔들렸다. 아일이 눈을 가만히 깜빡이고 있자, 이번에는 손을 뻗어 그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빼더니 별 모양 선글라스를 씌워주었다. 그녀는 그와 정반대로 작은 별이 달린 머리띠와 하트 모양의 선글라스를 썼다.


“어때요?? 멋지죠???”


잔뜩 신이 나서 그리 묻는 프레이야를 보며 아일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늘 잔잔하게 미소를 짓고만 마는 그에게는 제법 크게 웃은 편이었다. 시선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나, 그는 부드러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멋있어. 프레이야는 늘 당당하니까, 어떤 모습을 해도, 멋져. ……내가 그래서 프레이야를 좋아하는 거고.”


그 당당한 모습이 좋다. 누군가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모습이 좋다. 레베카와 프레이야를 착각한 것이 아니다. 프레이야를 좋아하기에, 그녀가 옆에 있기를 바랐기에 기억 속의 소녀가 프레이야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녀를 더욱 보고 싶기에,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오늘, 즐겁게 놀자.”


아일은 프레이야의 손을 부드러이 그러쥐고는 놀이기구를 타러 가자며 멀리 있는 기구를 가리켰다. 그들 사이에 앞으로,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Posted by 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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