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를 간질이는 바람에 거리 곳곳에 달려있는 색색의 바람개비가 느리게 돌아간다. 화창한 햇살이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따스하게 비춰준다. 축제를 즐기기에는 딱 좋은 날씨에 주위를 둘러보는 선남선녀는 들뜬 마음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바람이 한 번 더 크게 불어오자 바람개비들이 일제히 돌아갔고, 프레이야가 입고 있던 하얀색 원피스가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는 제 치맛자락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플로피햇이 날아가지 않게끔 붙잡았다. 아일은 소매가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연분홍색 셔츠와 흰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셔츠는 품이 넉넉한 편이라 단정하고 깔끔하게 보였고, 바지도 발목이 드러날 정도의 길이로 내려와 발목은 시원해 보였다.
축제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먹거리를 파는 곳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축제의 테마가 ‘바람개비’이니 만큼 그것과 연관된 상품들이 많이 보였다. 곳곳에 위치한 포토존에는 대형 바람개비부터 시작해서 작은 바람개비가 설치되어 있었고, 마침 날이 좋을 때여서 꽃도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이거 봐요, 아일! 어때요?”
줄지어 길게 늘어선 노점들 중 한 가게 앞에 선 프레이야가 진열대 위에 놓인 귀고리 하나를 들어 제 귀에 대며 거울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돌려 아일을 바라보았다. 반투명한 귀고리는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었고, 한 쪽은 파란색, 다른 한 쪽은 빨간색이었다. 해가 비칠 때면 언뜻 언뜻 귀고리가 빛이 나는 것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작게 미소 지었다.
“…프레이야에게 어울려. 엄청 예뻐.”
“그럼 아일도 같이 해요, 커플 귀고리!”
그녀가 조금 전까지 손에 쥐고 있던 귀고리를 그의 손에 들려주며 대보라고 말하자, 아일은 눈을 깜빡거렸다. 같은 귀고리를 하나 더 집어줘도 될 것인데 굳이 그녀가 들고 있던 것을 주는 행동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프레이야의 설명에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거울을 오래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귀고리는 그의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귀고리를 구매하고서는 한 쪽씩 나누어 끼고서는 거리를 돌아다녔다.―프레이야는 파란색, 아일이 붉은색. 딱 그들을 상징하는 색처럼 보여서 더 잘 어울렸다.― 그들은 어여쁜 바람개비를 각각 하나씩 들고서는 주변에 부탁을 해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중간중간 미리 가져온 마카롱을 먹으며 돌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숨을 돌리려고 벤치에 앉아있는 그들은 이마의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에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때마침 아일이 아이스크림 트럭을 발견해서는 프레이야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얘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
아일은 초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바닐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면서 강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축제를 기념하여 배를 타며 거리 전체에 장식된 바람개비를 볼 수 있도록 배의 코스를 선정해둔 모양이었다. 아일은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벤치로 돌아가서 프레이야에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느리게 입을 열었다.
“…프레이야, 우리 배 타러 갈래?”
“배요?”
아이스크림을 받아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는 아일의 시선 끝에 향하는 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밝게 웃었다. 좋아요. 가요, 아일! 밝은 목소리에 아일의 표정 역시 밝아졌다.
상당히 시간이 흐른 뒤라서 그런지, 배를 타려는 손님들은 적은 편이었기에 그들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배를 탈 수 있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맞는 늦은 오후의 바람은 그렇게 시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쁜 광경을 한눈에 담으며 프레이야가 제 앞에 앉은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어땠어요, 아일?”
“…프레이야랑 같이 보낸 하루잖아. 엄청, 즐거웠어.”
“나도 그래요. 앞으로 이렇게 여행 자주 나와요.”
아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안에 아이스크림을 마저 털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그녀는 작게 웃는 소리를 내었다.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던가. 전에 그런 얘기를 한 것 때문이리라.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프레이야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아차, 아일은 어떤 꽃을 좋아해요?”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에 아일은 눈만 깜빡였다.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도 있었으나, 왜 그녀가 이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그녀가 재빨리 덧붙였다. 바람개비는 어떻게 보면 꽃 같잖아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실로 그녀 다운 대답이었기에 아일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그러나 침묵은 길지 않았다.
“…은방울꽃.”
“은방울꽃이요?”
“응, …프레이야를 닮았으니까. 그래서 좋아.”
일순 프레이야의 얼굴이 붉어진 듯 보였다. 그녀의 뒤로는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었다. 아일은 그것이 석양 때문인지, 아닌지 묻고 싶었지만 말을 아꼈다. 그 대신 프레이야가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지 물었으나, 그녀는 싱긋 웃으며 비밀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
몇 달 뒤, 그들의 생일에 프레이야는 아일에게 제법 묵직한 상자를 내밀었다. 이제 그가 선물을 풀어볼 차례에 잔뜩 긴장하며 상자를 열어보자, 그 안에는 유리 보석처럼 만들어진 오르골이 들어있었다. 돔 형식인 오르골은 안에 유리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돌아가면서 아름다운 음색을 노래했고, 정원처럼 꾸며진 조형물의 꽃은 몇 달 전, 아일이 좋아한다고 했던 은방울꽃이었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일은 한참을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듣다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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