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잃은 녹안이 온기가 결여된 부엌을 바라본다. 오랜 시간 웃는 가면을 써온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미소가 거짓인지 진실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두 명이 앉아 먹기에 충분한 식탁 위에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술병과 햄, 여러 간식거리가 들어있다. 익숙하게 봉투 안에 있는 것을 꺼내어 정리하기 시작하던 그는 왼쪽 손목에서 약간의 통증을 느꼈다. 아마도 그것은 착각, 동생의 일을 기억하고자 신체가 아파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행했던 행위. 그리고 그 아픔을 기억하는 몸, 병들어버린 마음, 그 결과로 인한 환상통. 거짓된 아픔인 것을 알면서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의 고집이었다.
그렇게 서 있을 거야? 냉장고를 열어 오므라이스에 사용될 재료를 하나씩 꺼냈다. 채소와 계란, 케쳡은… 나중에 꺼내도 되겠지. 표정을 숨기지 못해 어설프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외면한 것은 더 이상 감상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었다. 아주 잠깐의 틈을 내주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그는 또 평소와 같이 행동했다. 설령 그녀가 제 아픔을 알고 있다고 해도, 제아무리 연인 행세를 한다고 해도, 우리의 선은 딱 거기까지라고 선을 긋듯이.
“나 배고프다니까.”
웃음을 흘리며 던진 말은 거짓 투정이었다. 그래, 딱 장을 보러 갈 때 나누었던 대화처럼 별다를 것이 없는 대화. 그는 다시 일상의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다시는 보이지 않을 틈을 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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