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그거 알아? 오늘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내린대.”

나는 찬장에서 토끼와 강아지가 그려진 머그컵을 각각 하나씩 꺼내어 코코아를 타고 있었다. 달그락. 티스푼이 머그컵과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내었다. 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허전한 감이 들어 조금 전 머그컵을 꺼낸 바로 옆 찬장을 열어 마시멜로를 꺼내서 토끼가 그려진 머그컵에 조심스레 서너 개를 넣었다. 음, 완벽하네. 나는 다시 마시멜로 봉지의 지퍼팩 부분을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닫고는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서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루는 벌써 담요를 두른 채, 벽난로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서 그 위에 가지런히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자니, 커다란 창 너머로 어두워진 겨울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루가 내게 시선을 돌리는 탓에 딱, 시선이 마주쳤다. 혹여 목이라도 아플까 봐, 비어있는 옆자리에 앉으며 루에게 토끼가 그려진 머그컵을 건네주었다. 조심스레 컵을 받은 그는 뜨거울세라 호, 호 코코아를 불었다. 아주 살짝만 코코아를 마셔보다가 많이 뜨거웠던지, 내 쪽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어주었다.


“응! 어여쁜 별님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날이지이~? 기대된다아~! 아스도 기대돼에~?”
“응, 기대되네.”


원래 감수성이 풍부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번 유성우가 기대되는 탓은 엄연히 루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보는 것도, 이제는 아름다운 광경 속에서 저 별들을 향해 빌고 싶은 소원도 있으니까.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생각에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아스, 오늘 기분 좋구나아~? 응, 그러게. 조금 들떴나? 바깥의 추위는 매서웠지만, 루에게서 느껴지는 온기가 닿았고, 이 넓은 공간에 혼자가 아니었고, 작고 간지러운 목소리가 허공에 작게 흔적을 그렸다.


미신 같은 이야기를 믿고 싶을 때가 있다. 유성이 떨어질 때, 그 별이 사라지기 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아주 예전부터 들었던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내 작은 손에 잡히지 않아서, 어렸을 적에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벌써 어린 나이에 내 동심은 칠흑 같은 어둠이 삼켜버렸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에야 되찾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타닥, 타닥. 이따금씩 벽난로의 장작이 타오르는 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나 고개를 돌렸다. 밤하늘은 아직 별들을 내려보내줄 생각이 없는지 고요하기만 했다. 이 정적을 즐기며, 머그컵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평소 즐기지 않던 달콤함이 혀끝을 맴돌았다.


사실 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무슨 소원을 빌 거냐고, 그렇게 묻고 싶지만 그러면 소원이 흩어져 사라질 것 같아서 비밀로 남겨두기로 했다. 원래 이런 이야기는 조용한 비밀로 남겨두는 편이 더 좋으니까. 아! 아스! 하늘 봐, 하늘! 별님이 내려와아~!!!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무수히 많은 별들이 쏟아져내렸다. 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처럼 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유성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생경한 느낌에 잠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아차, 소원 빌어야지. 나는 두 손을 마주 잡고 고개를 숙였다. 루, 네가 나랑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어. 앞으로, 우리가 영원히 함께 행복하기를. 이 간절한 기도가 저 별에 닿아 이 땅에 내려오기를.


“아스는 소원 빌었어~?”
“응, 루도 빌었어?”
“응! 리오르랑~ 아스가아~……합!”


잔뜩 신이 난 루가 입을 열다가 다급하게 양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이런 거느은… 말하면 안 된다는데에……. 리오르가 이상한 소원 빈 건 아니고오……. 우물쭈물 말을 잇던 루의 모습을 보며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루에게 알고 있다고 말하며 손을 뻗어 부드러운 머리칼을 쓸어보았다. 손끝에 닿는 그 촉감이 너무도 좋아서, 머리가 살짝 흐트러질 정도로 쓰다듬었다가 뒤늦게야 자각하고서는 다시 제대로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안심이 됐는지, 루는 눈을 부드러이 접으며 배시시 웃었다. 저 미소가 좋다고, 심장 소리를 들킬까 봐 조마조마할 정도로 쿵쿵 울린다는 것 정도는 비밀로 해둬도 괜찮겠지? 들키면 어쩐지 부끄러워지니까.


“루,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아직도 하늘에서는 유성우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꼭 하고픈 말이 있었다. 99년의 해를 같이 지냈고,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던 찰나 쌍둥이자리 유성우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오늘로 정한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충동적인 선택이라고는 느끼고 있지만, 전부터 준비는 해왔으니까 이 정도는 루가 봐주지 않을까.


“응? 뭔데, 뭔데에~?”
“루, 나랑 결혼하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툭, 말을 내뱉어서 그런 것일까. 얼굴부터 귀 끝까지 새빨게져서는 입을 뻐끔거리는 루를 보고 있으니 연신 웃음이 나왔다. 약혼식도 올렸고, 결혼에 대한 얘기라거나 이후에 카페를 열자는 얘기도 꾸준히 해왔는데도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던 것일까.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조금 더 놀리고 싶었지만, 한 번뿐인 프로포즈를 이렇게 망칠 수는 없었다. 거창한 이벤트는 나하고 어울리지 않아서, 일상 속에 소소하고 소중한 일처럼 얘기하고 싶었다. 그것을 알아줄까, 내심 알아줄 거라고 기대를 걸었다.


나는 뒤쪽에 숨겨두었던 상자를 가져왔다. 그렇게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상자를 열였다. 그 안에는 그동안 공들여서 고른 선물들이 있었다. 하얀색의 리시안셔스 한 송이와 루에게 주고 싶었던 하얀색의 흰색 레이스 팔찌, 그리고 작은 멜로디 상자 하나. 나는 팔찌를 들어 루의 붕대 위로 살짝 대어보았다. 예쁘다, 어울리네. 루에게만 들리게 작게 속삭인 나는 다른 손으로 루의 앞머리를 살짝 옆으로 넘기고는 이마에 작게 입을 맞췄다.


“이거, 꼭 하고 나랑 결혼해줘.”


그래줄 거지? 작게 속삭이고는 멜로디 상자를 꺼내어 열었다. 조용하면서도 달달한 사랑 노래가 흘러나왔다. 상자 안에는 예쁘게 꾸며진 화원과 별이 반짝이는 모습이 꾸며져있었다. 멜로디 상자 옆에는 작게 ‘별과 천사님, 12월 14일 유성우가 내리는 날 밤’이라고 새겨져있었다. 주문 제작을 맡긴 것이 생각보다 빨리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너무 떨려서. 고요한 밤이, 저 별들이 내 소원을 들어주길 바라며 나는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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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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